|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당선인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email protected]/2025.1.14/ | |
|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당선인이 환호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email protected]/2025.1.14/ | |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후회 없이 준비했으니 이제 체육인들의 선택을 기다려야죠. 뭐가 됐든 그 선택을 존중할 겁니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일인 14일 오전 유승민 후보(42)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전날까지도 '유권자' 체육인들에게 수없이 전화를 돌렸다고 했다. "올림픽 준비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 올림픽 때는 '이 부분을 좀 더 할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엔 아쉬움이 전혀 없어요. 모든 걸 다 쏟았어요. '진인사대천명'입니다."
이기흥 회장의 3선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강태선 후보와 '2위 전쟁' 이야기가 떠돈다는 말에 유 후보는 정색했다. "저 2위 싸움하러 나오지 않았어요. 다음은 없어요. 승부할 겁니다. 몇십 표 차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 후보의 예언은 이날 오후 6시, 현실이 됐다.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이기흥 회장을 38표 차로 꺾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2244명 선거인단 중 총투표수 1209표(무효 3표) 가운데 417표의 최다득표(34.4%)를 기록했다. 2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79표(31.3%)를 받았다. '초박빙' 승리였다.
|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후보가 기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email protected]/2025.1.14/ | |
대한민국 체육의 난세, '변화의 스매시'를 모토로 내걸었다. 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일절 하지 않았다. 타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도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으로 맞섰다. 자신이 가야할 길에 집중했다. 젊고 활기찬 올림피언의 장점을 살려 68개 종목을 모두 직접 체험하며 찍은 '유권자 맞춤형' 쇼츠, 1대1 PPT 문자 전략도 주효했다. 228개 시군구를 찾아 변화의 필요성을 호소했고, 마지막 날까지 한발 더 뛰었다. '체육인'을 향한 유승민의 진심이 통했다. "여러분께 진 빚을 갚고자 나왔습니다. 8세때 탁구를 시작한 후 35년간 여러분의 응원과 지원 속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 유승민을 키운 건 여러분입니다. 지방체육회와 종목단체의 지원, 지도자, 동료, 선수들, 팬 여러분이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여러분의 은혜를 꼭 갚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라고 했다.
당선 직후에도 그는 담담했다. "무겁고 부담이 됩니다. 여러 현안들이 있고 체육인들의 염원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제가 얼마만큼 더 헌신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기쁨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빠르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과 환호하는 모습. 스포츠조선DB | |
|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유승민은 혈혈단신 한발 더 뛰는 열정과 진심으로 모두가 힘들다던 IOC선수위원에 전체 후보 23명 중 2위로 당선됐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8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회의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직접 "하드워커"라고 칭송했다. 스포츠조선DB | |
대다수가 이기흥 회장의 3선을 예상하던 상황, '이길 자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이 있었다기보단 진정성을 믿었기에 마지막까지 심기일전했습니다. 측근들은 긴장했다는데,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할 때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아 넣었기에 마음이 편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체육인이 바라는 변화와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반전 승리 요인에 대해 "변화에 대한 체육인 여러분의 열망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그렇기에 더 큰 부담감을 느낍니다. 변화에 대한 열망에 화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 2016년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IOC 선수위원 당선,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바늘구멍' 확률의 승부를 늘 이겨내왔다. 이번에도 많은 이들이 나이 운운하며 '다음'을 설득했고, 이기흥 회장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깰 수 없다고들 했었다. "단일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나이' 때문이라면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기적의 승부사'에게 비결을 묻자 "진정성"이라고 즉답했다. "저를 도와준 많은 분이 제 진정성을 보고 도와주시고 순수한 마음으로 같이 뛰어주셨습니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땐 동료, 지도자들이 있었고, IOC 위원 당선 때도 주변에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동료애를 발휘해, 함께 해주시는 것 자체가 스포츠인으로서 뿌듯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대한체육회와 정부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해결사를 자청했다. "저는 누구와 적이 되어본 적이 없습니다. 잘 풀릴 거라 생각합니다. 현장의 현안부터 정부와 대화로 풀면서 빠르게 해결해나가겠습니다."
인터뷰 직후 '청년 리더' 유승민의 지지자들이 "와!" 몰려들었다. '올림픽 레전드 선배' 현정화, 김택수, 유남규(탁구), 김영호(펜싱) 이배영(역도) 감독이 후배의 쾌거에 눈물을 글썽였다. 서로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며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유승민의 승리가 아닌, 유승민을 키운 체육인 모두의 승리였다. 올림픽홀에 뜨거운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우리 유승민이 콘크리트를 뚫었어요! 기적이에요!"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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