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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항상…" 진짜 오타니가? 김혜성은 왜 잠도 설쳤으면서 일본어 공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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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국어로 항상 인사를 해 줬어요."
LA 다저스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내야수 김혜성(26)과 계약을 발표해 한국과 미국 언론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다저스가 내야 선수층이 두꺼운 상황에서도 왜 김혜성을 선택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계약 규모는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82억원) 보장에 2028~2029년 2년 계약을 연장하는 구단 옵션을 발동하면 최고 2200만 달러(약 321억원)다. 100% 주전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힘든 계약이다.
김혜성이 왜 다저스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계약 발표 순간부터 꾸준히 그에게 따라붙는 물음표였다. 김혜성의 에이전시인 CAA스포츠는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를 꼽았다. CAA스포츠는 오타니도 담당하고 있는데, 김혜성이 포스팅 공시가 되고 미국으로 넘어갔을 때 두 선수는 자연스럽게 같은 시설에서 훈련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이때 오타니의 조언이 김혜성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는 게 에이전시의 설명이었다.
김혜성은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인터뷰에 나섰다. 다저스와 계약하고 취재진과 처음 만나는 자리. 당연히 오타니의 어떤 조언이 다저스와 계약에 결정적 영향을 줬는지 질문이 나왔다.
김혜성은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딱히 큰 조언은 아니었다"고 했다. 오타니와 미국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맞지만, 다저스와 계약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대신 오타니와 대화를 위해 일본어를 공부한 일화를 들려줬다. 오타니가 먼저 계속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니 본인도 일본어를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오타니와 김혜성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혜성은 "같은 에이전시다 보니까 같은 시설에서 운동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그냥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조금 나누면서 그냥 응원 몇 마디를 받았던 것 같다. (오타니가) 한국어로 인사를 항상 해 줬고, 나도 분발해서 일본어 공부를 조금 하면서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오타니가 한국어로 해 주는데, 나도 맞춰서 해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했다. 오타니가 '안녕하세요 (김)혜성씨'라고 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김혜성은 계약 전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포스팅 기간 30일을 꽉 채워서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너무도 길고 고된 시간이었다. 비자 문제로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귀국한 이후로는 더더욱 잠을 설쳤다. 미국 현지에서 협상 상황이 어떤지 알려면 시차 탓에 새벽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계약 마감일이 임박했을 때는 더 그랬다. 그런 와중에도 김혜성은 오타니의 노력에 보답하고자 일본어를 공부하는 데도 시간을 할애했다.
김혜성은 포스팅 기간을 되돌아보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잠이 잘 안 와서 쉽지 않았던 것 같고, 또 이렇게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좋은 추억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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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로는 김하성(30)과 매니 마차도(33)가 있다. 김하성이 2021년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고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해야 할 때 마차도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마차도는 샌디에이고 주전 3루수로 현재 다저스의 오타니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 마차도가 나서서 김하성을 챙기니 빠르게 팀에 융화될 수 있었다. 김혜성도 오타니에게 그런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김혜성의 빅리그 로스터 생존이 첫 번째다. 빅리그에 남아 있어야 오타니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 김혜성은 다저스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애리조나에 한 달 정도 먼저 도착해 몸을 만들면서 포지션 경쟁을 준비할 예정이다.
김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2루수의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하자마자 올 시즌 주전 2루수로 낙점했던 개빈 럭스(28)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했다. 꽉 찬 내야를 정리하면서 김혜성에게 길을 열어주는 구단의 결정이었다.
팬그래프의 성적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Steamer)는 김혜성이 올 시즌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9, 출루율 0.324, 장타율 0.374, 5홈런, 14도루, 35타점, 41득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KBO리그 성적이 토대가 됐을 것이기에 장타 관련 지표는 떨어지지만, 콘택트와 주루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으로 바라봤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1.3을 기록했다. 빅리그에서 김혜성이 신인인 점을 고려하면 꽤 후한 예상 성적이 나왔다.
다저스와 미국 언론은 김혜성이 KBO 역대 최초로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한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외야수로 선발 출전했던 기록까지 언급하며 김혜성이 슈퍼 유틸리티로 가치를 인정받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혜성은 "일단 야구 선수고, 포지션이 하나가 아니라 야구 선수로서 어디를 나가든 그냥 뛸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어디를 나가든 상관없고 잘 준비해서 팀에서 맡겨 주시는 임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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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다저스가 아닌 팀을 갔다고 해서 경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팀을 가도 내가 일단 첫해에 가는 것이라 어디를 가든 경쟁을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다저스를 가서 좋은 경쟁을 해서 자리를 잡고 싶다는 판단을 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내 장점을 살리는 선수가 되고 싶고, 일단 첫해고 도전하는 자리니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내세워서 매력 어필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힘줘 말했다.
브랜든 고메스 다저스 단장은 "우리는 정말 재능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보겠다. 지난해 우리가 부상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다양한 포지션 커버가 가능한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김혜성은 서울시리즈 평가전에서 빼어난 운동 능력과 폭발력을 보여줬다. 발도 매우 빠르고, 여러 포지션에서 좋은 수비력을 갖췄으며 타격에도 장점이 있다"고 김혜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혜성은 "포스팅 신청하고 제일 먼저 연락 준 게 다저스였다. 그 점도 감사하고 좋았다"며 "명문 구단이고, 코리안리거들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나도 어릴 때부터 많이 봤던 팀이다. 2024년도에 우승 팀이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하고 그 구단에서 뛰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해서 꼭 빨리 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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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김민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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